지난해 이맘때 무렵, 나의 시간은 파리와 겐트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플랑드르의 풍경 속에서, 금호 강변의 흐드러진 들풀과 보릿고개를 조롱하며 하나둘씩 영글어가는 온갖 것들이 그리웠다.
꼬박 일 년을 기다린 마음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던 밤, 하늘에서 별이 쏟아졌고 희미한 별무리 서너 개는 지평선까지 내려와 꽃이 진 복숭아 밭 잎새에 걸렸다. 다음날, 모든 것이 차오르기 시작한다는 소만이 시작되었고 유례없는 에메랄드 빛 하늘 사이로 조각구름이 춤을 췄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새벽에서 황혼까지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인간의 땀방울이 서려있다. 아버지는 사나흘 설익은 포도씨를 추려내고 나면, 한동안 흰쌀밥이 초록 알갱이로 보인다고 할 정도다.
이 땅에 묻힌 거대한 뿌리를 밟고 선 2020년, 소만의 기록.
사과밭의 파수꾼.
'일상 포르노그라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클릭, smakelijk!>_동화되어 공감하며 치유하다 (0) | 2020.01.16 |
---|---|
파프리카 초밥 (0) | 2020.01.16 |
가을의 오브제 (0) | 2020.01.15 |
발사믹을 곁들인 체리 콩포트 (0) | 2020.01.15 |
체리를 얹은 티라미수 (0) | 2020.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