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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포르노그라피

파프리카 초밥

  

 

 

 

 

파프리카는 제가 편애하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다이어트 식단에 늘 이름을 올리던 명성 덕분이겠죠. 실은 인생 최대치 몸무게를 갱신했을 때, 100% 현미밥과 닭가슴살, 브로콜리 그리고 파프리카만 먹고살았던 적이 있어요. 나 자신과의 꽤 지루한 싸움이었는데, 그땐 무슨 불꽃 의지가 샘솟았던지 기어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야 말았죠. 약 2주간 지속된 다이어트로 5kg나 감량했던걸요. 7kg였나. 그때의 기억으로 '현미, 닭가슴살, 브로콜리, 파프리카'만 보면 회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솟아올라요. 물론 세월이 흐른 지금은 제 나이 때에 맞는 적정 체중을 유지 중이에요. 인바디 밸런스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어쨌건, 파프리카는 어느 요리에나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식재료임에는 틀림없답니다. 마음 같아서는 토치로 검게 그을려 겉면을 깨끗하게 닦아 낸 다음 예쁘게 썰어 상큼한 드레싱에 곁들인 근사한 한 접시를 플레이팅하고 싶지만, 토치를 꺼내기까지 마음먹는 게 쉽지 않네요. 아마도 근사한 파프리카 한 접시는 다음 기회에. 

 

눈 대강으로 썰어 오븐에 구울 겁니다. 얄브리한 껍질을 벗겨내고 아삭한 식감은 부드럽게 변형되겠죠.

 

바로 이렇게요. 껍질은 검게 타도 속살은 더욱 짙게 빛나는군요. 아마도 달콤한 맛이 날 겁니다. 왜냐하면 코끝으로 벌써 달콤한 파프리카의 향이 맴돌고 있거든요.

 

파프리카 손질이 일단락되었다면 이번엔 밥을 맛있게 버무릴 차례예요. 아마도 심심할지도 모를 파프리카 초밥의 감칠맛을 끌어내기 위해 새우도 다지고 계란도 고슬고슬하게 부칩니다. 고소한 깨도 뿌리고요.

 

아! 파프리카를 굳이 올리지 않더라도 쓱싹 비벼 먹고 싶어 지는걸요!

흡사, 참치 뱃살과도 같은 붉은 파프리카 구이 한 조각을 밥 위에 얹어 봅니다.

 

 

아쉬운 마음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버섯과 진주빛으로 속이 꽉 찬 연근도 계란물에 살짝 부쳐 냅니다. 이대로 도시락 통에 넣어 단풍놀이라도 갈까 봐요.

 

 

조금은 느긋해진 것 같지만 서두르는 마음은 여전하고.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 합니다. 반동 기질도 한결같아요. 솔직한 것도요. 독서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건 봄 무렵이었는데 책 한 권을 완독 하지 못한 건 좀 수치스럽네요. 아, 요가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피아노 실력은 조금 향상된 것 같은데 조성진의 연주를 들으면 안분지족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돼요. 미셸과 꼬망은 여전히 귀엽고 새로 꾸린 스튜디오에서는 새로운 일들이 시작될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