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수에 얹은 체리는 그야말로 정물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체리에 알알이 맺힌 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은 길게 유예할 수 있도록 콩포트를 졸이기로 했다.
칼로 체리 단면을 반으로 가르고, 씨앗을 도려 낸다. 방울토마토보다 더 작고 귀여운 3년생 체리 열매가 내후년에는 얼마나 더 차오를 것인지 괜스레 기대감을 안고서.
잼을 졸이는 일은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제철 과일을 계절의 뒤안길로 보낼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행하던 부엌의 의식. 전자 계량기의 전원을 한 번 꾹 누르는 일은 왜 그토록 여전히 낯선 것일까. 익숙한 냄비의 부피와 손의 감각, 눈대중이 여전히 저울의 역할을 자처한다. 설탕과 발사믹, 레몬의 삼중주.
투명한 유리병을 끓는 물에 한 번 데쳐 병 속의 유효기간을 연장한다.
검붉은 체리 콩포트와 옥상에서 갓 따 내린 타임 잎사귀 한 줄기. 과육이 씹히는 체리 콩포트는 플레인 요거트와 함께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