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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포르노그라피

양고기 스튜

 


겨울의 양고기 스튜

내추럴 와인 <Lestignac_PLOF_2015> 을 곁들인 페어링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해 갈무리 해 둔 비황 작물과 겨울철 한기를 피해 땅 속의 양분을 한껏 품은 제철 뿌리채소를 뜨거운 솥에 끓인 스튜는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는 위로의 묘약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고기와 건조한 태양빛에 말려둔 허브를 스튜에 녹이는 건 각자의 비법이겠지만요. 아! 여기서 저만의 비법을 얘기하자면, 완성된 스튜와 함께 페어링 할 와인을 살짝 스튜에 넣어 끓이는 거예요. 가을에 한창 수확한 포도를 첨가해 졸여둔 글레이즈드 발사믹도 함께요

 

 

 

 

 Lestignac의 와인은 내추럴 와인의 매력이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재배와 수확 과정에서 농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일 말을 통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조하는 와이너리의 풍경은 왠지 오랜 풍속화를 떠올리게 하죠. 와이너리의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Lestinac의 와인은 목가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습기를 머금은 짚더미와 나뭇가지가 뒤섞인 냄새, 마구간 사이로 풍겨오는 정제되지 않은 향기, 코와 혀 끝으로 닿은 후각과 미각은 낯설지만 그 공감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감각 속에 내재되어 있던 향수라고나 할까요.     

 

 

 

 뜨거운 솥의 잔열로 인해 부드럽게 익은 야채와 장시간 조리된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 스튜가 완성되기 전 데치듯 첨가한 야채의 아삭함이 따듯한 스튜의 국물과 어우러집니다. 스튜 속에 첨가한 와인은 국물 속에 은은하게 배어 산미를 자극하죠. 그 틈을 타고 곁들이는 차가운 와인은 입속으로 퍼져나가며 다음 숟가락을 재촉합니다. 

 

 태양이 대지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계절이 다시 한번 변화함에 따라 달라진 태양빛의 각도와 겨울이 물러서기 전, 곧 소멸되어버릴 그 기세를 있는 힘껏 토해놓은 듯한 한기, 그리고 피부가 갈라질 듯한 건조함을 꼬박 한 해 만에 조우하죠. 따스한 스튜 한 그릇에 추위에 움츠러든 몸이 조금씩 깨어나는 듯합니다. 머지않아 그리운 계절, 봄이 또다시 찾아오겠죠.

 

 

 

 

Recipe

 

 

 

양고기 300g

토마토 페이스트 200g

고형 치킨스톡 20g

글레이즈드 발사믹 1 tsp

와인 50g, 물 50g

 

 

로즈메리 줄기 10cm

월계수 잎 2-3개

당근 반 개

표고버섯 5-6개

양파 반 개

감자 1개

아스파라거스 3-4개

마늘 3-4쪽

방울토마토 6-7개

 

 

소금과 후추 그리고 버터 적당량

 

 


 

 

 

 

1.     냄비를 약불에 예열한 뒤 버터를 녹인다. 

 

 

2.     다진 마늘을 버터에 볶다가 어슷썰기 한 당근과 감자, 양파를 넣고 중불에서 익힌다.

 

 

3.     방울토마토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제거하고 아스파라거스는 채칼로 껍질을 벗긴 뒤 서너 토막 낸다. 표고버섯은 1/2 혹은 1/3 비율로 손질한다.

 

4.     양고기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고 4-5cm 큐브 모양으로 두툼하게 썬다.

 

 

5.     2의 냄비에 양고기를 넣고 겉면을 골고루 익혀준다. 

 

 

6.     냄비 뚜껑을 닿고 중 약불에 5분가량 뭉근히 끓여준다.

 

 

7.     채수와 육즙이 흘러나와 수분이 자작하게 생기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함께 섞어 준 뒤 물과 치킨스톡, 와인과 발사믹, 허브를 넣어 내용물을 잘 섞은 뒤 뚜껑을 덮고 10분가량 끓여준다.

 

 

 

8.     뚜껑을 열고 표고버섯, 토마토, 아스파라거스를 첨가해 약 5분가량 끓여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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