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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포르노그라피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케타







새로움의 충격이 오감을 치켜 세우는 순간은 그리 자주 찾아오는 것 같지는 않다. 생물학에서는 감각세포가 흥분할 수 있는 최소 자극의 세기를 역치값이라 부르는데 연륜이 쌓여감에 따라 개개인이 갖는 역치는 그 수치가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 어떤 물리적 정신적 흔들림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는 절대 경지에 다다른다거나...


잡설이 늘어졌다, 아보카도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을 설명하려 했던 것인데. 


 역시나 먹을 것에 별 다른 관심이 없던 나는, 미식을 즐기는 최측근의 활약 덕에 이 신기한 과일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리지도 않았다. 나름의 개똥철학으로 연애상담이나 고민거리 정도는 거뜬히 들어줄 수 있는 경험치가 쌓여왔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친언니 손에 들려 있던 주먹만한 물건. 악어 가죽같이 울퉁불퉁하게 생긴 표면에 식욕을 돋굴리 만무한 늪지대를 연상케하는 빛깔..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아보카도라는 것? 벌써부터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내게 언니는 친절하게 맛을 설명해 주려 했다. "버터같은 맛이야" 라고. '과일에서 버터맛이 나면 어떻게 하자는 거지?'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였다. 입안을 겉도는 미끄덩한 식감에 아삭이는 청량감이라고는 1%도 존재하지 않는 과육, 새콤달콤한 입가심용 과일만 먹고 살았던 나에게 아보카도는 충격 그 자체였다. 새로움의 충격. 늘 자아에 도취되어 있던 당시의 나, 한없이 편협한 시선으로 낯선 사물을 대하던 스스로의 모습에 다소 의기소침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미각이 기억하고 있던 아보카도의 맛은 끌림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전날 느끼하게 입안을 겉돌던 아보카도의 맛은 밤사이 내 감각을 어떻게 두드려댔는지 부드러운 고소함으로 극대화되어 있었다. 맛을 느끼는 감각 뿐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해, 버릴 것 없는 아보카도의 효용성 또한 한 몫 했겠지만. 



그 후, 나름의 조리법을 통해 아보카도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생겼다. 일명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케타 (부르스케타는 얇은 빵 위에 이것 저것 올려 먹는 이탈리아식 전체요리). 언제가 될 진 몰라도, 먼 훗날의 Jang's Diner에 정식 메뉴로 올릴 만큼 애정하는 요리이기도(레시피가 초간단이라 좀 민망하긴 하다).





It's Recipe ;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게타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게타 :

고소하고 크리미한 매시드 아보카도 사이로 아삭하게 씹히는 양파조각, 시즈닝으로 감칠맛을 더한 탱글한 새우, 바삭한 바게트의 삼합. 


INGREDIANTS(아보카도 1개 분량)

· 바게트 : 약 2cm 두께로 8-10 조각 슬라이스 한 것

· 아보카도 : 잘 숙성된 아보카도 1개

· 새우 : 약 20-25마리

· 시즈닝 : 각종 허브와 소금, 후추, 크러쉬드 레드 페퍼 

· 양파 : 작은 양파 1개, 클 경우 반 조각 다진 것

· 고수잎 : 토핑용으로 취향에 따라.


- 완숙된 아보카도 속을 파내 포크를 활용하여 으깬다. 

- 다진 양파를 으깬 아보카드와 잘 섞어 준다. 

- 예열해둔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뒤, 살짝 해동한 새우를 강불로 조리한다. 

- 새우가 반투명하게 익기 시작할 때, 각종 허브와 소금, 후추, 건고추 가루 등을 뿌려가며 골고루 섞어 준다. 

- 슬라이스한 바게트를 하나씩 팬에 잘 펴발라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약 3분 정도 구워낸다.

- 바삭하게 구워진 바게트 위로 아보카드 베이스를 펴 바르고 그 위에 시즈닝한 새우 2-3마리를 얹어준다.  

- 마지막으로 토핑할 고수 조각은 취향 따라.  







  




무쇠팬에 입문했다. 1년 남짓 사용하다 버리게 되는 코팅팬에 비해 평생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무게 만큼이나 우직한 믿음이 가는 조리 도구. 사용 전 충분한 예열과, 사용후 관리하는 과정이 다소 번거롭긴 하다만. 그 쯤이야 뭐. 




뭉퉁그려 시즈닝이라고 한 것은, 실은 아주 다양한 가루들이 섞인 복합 시즈닝을 사용하기 때문. 과감하게 레시피의 비법을 공개하자면, 애용하는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몬트리올 스테이크 시즈닝과 크러쉬드 레드 페퍼의 조합인 것이다! 



코스트코에서 상시로 판매하는 아보카도를 애용하는 편이다. 뭐,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말 가까워서 자주 들르나 보다 하겠지만 그런건 아니다. 마지 못해 동네 과일가게에서 사봤는데, 한 번은 잘 익지도 않은 채 썩어버린 것이었고 한 번은 딱딱한 아보카도를 상온에서 익히는데 한참이 걸려 애를 태웠다. 이제껏 먹어 본 아보카도 중에 코스트코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 가장 양질 인 듯. 아보카도 관리 팁을 공유하자면, 

  •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빨리 먹고 싶다면 부드럽게 살짝 무른 아보카도를 사는 것이 좋다. 상온에 하루 정도 두면 맛있게 익는다.

  • 보관해서 천천히 먹고 싶다면 딱딱한 아보카도를 골라 오는 것이 좋다. 하나씩 소분해 진공포장 한 뒤, 냉장고 과일칸에 두면 2-3주는 보관 가능하다. 먹기 하루에서 이틀 전에 상온에 꺼내 두면 바로 사용 가능.  





맛있게 잘 익은 아보카도의 전형적인 빛깔. 초록과 노랑의 환상적인 그라데이션. 간단하게 포크를 이용해 짓눌러 주기만 해도 아주 잘 으깨어 진다. 






다음으로 으깬 아보카도에 다진 양파 섞어 주기. 마치 버터를 씹는 듯한 맛의 아보카도. 

크리미하고 고소한 식감에 약간의 재미를 보완해 줄 식재료. 과즙이 풍부한 아삭한 식감의 양파가 재격이다.  



으깨진 아보카도에 다진 양파를 슥삭슥삭 섞어주면 아보카도 베이스 완성. 





무쇠팬에 시즈닝을 덧입은 새우를 살펴 볼 차례. 탱글탱글한 새우살 사이로 각종 양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예열해 둔 오븐 사이로 슬라이스한 바게트 빵을 넣으면 마침내 준비 완료!



아보카도와 새우를 준비해 놓고 바삭하게 구워져 나올 빵을 기다린다.




빵 위로 아보카도+양파를 듬뿍 얹어 주고, 그 위로 탱글한 새우를 두 세 조각 콕콕 집어 넣는다. 



차곡 차곡 쌓여가는 내가 사랑하는 브런치,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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